안녕하세요~!

따뜻한 난로 앞에서 글을

적고 있는 수다황입니다.


저번 이야기는 계약 기간 내에 방을 빼서

재개발 지역으로 이사가는 이야기였습니다.


2017/12/04 - 서울 10년 차 방 구하는 이야기 - 재개발 지역 편 -


오늘 이야기는 재개발 지역에서 살다가 어떤

이유로 이사 가게 됩니다.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바로 시작합니다.


즐거운 서울이 생활 시작되었습니다.

큰 방에는 책장을 사서 꾸미고 작은 방은

옷방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화장실 가기가 편해졌다는

겁니다. 보통은 당연하게 여기겠지만

분리된 곳에서 살다가 와서 그런지

아주 좋습니다.


사가정 공원이 옆에 있어 산책할 때도 아주

좋고 체육센터도 근처에 있어 수영도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만족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있습니다.


군대에 갔던 친구도 제대하여 집 근처에

방을 잡아서 동생과 살고 있습니다.

이유는 사가정역 주변이 다른 곳보다 조건이

좋아서 입니다.

같은 가격이면 방이 크거나 많았습니다.


그렇게 금방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름 장마철이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옵니다.

반지하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밤에 비가 억수같이 오는것을 듣고

빗소리에 잠이 들었습니다.

푹 자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납니다.

부엌으로 걸어 나가려는데...


바닥에 물이 흥건합니다!

응? 자면서 물컵을 발로 찼나?


주위를 둘러봐도 컵은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위를 보니 천장에서 물이 


똑. 

똑. 

똑. 


떨어지고 있습니다.

간밤에 비가 많이 오긴 왔나 봅니다.

일단 떨어지는 곳에 우산꽂이를 놔둡니다.


똑.똑.똑. 


나갔다가 들어와 보니

물이 떨어지는 건 멈춰 있습니다.


묵직할 정도로 물이 들어가 있어

화장실에 비워 냅니다.


일단 더 새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위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락스물에 걸레를 

빨아 벽지를 닦아 줍니다.


이제는 비가 올 때마다 걱정이 될 것

같습니다.


며칠 지나 또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그날 이후로 전기선들은 다 빼고 바닥에 

걸레들을 여기저기 두고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이 찜찜합니다.


집으로 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새고 있네요.

저번 그자리에 물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통을 받치고 물을 닦은 걸레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불을 켜는데 안 

켜집니다. 전기선이 물에 합선되어 

차단기가 내려간 것 같습니다.


주인집에 전화를 걸어 비가 새고 합선되어

전기가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알았다고 바로 수리할 사람을 보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후에 비가 새는 곳을 찾는 분이

도착 했습니다.

2층에 양해를 구하고 기계로 이곳 저곳을

조사 해봅니다.


한참을 조사해 보시더니 위에서 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예? 위가 아니라고요! 그럼 어디서 새는 

건가요? 2층이 아니면 일층에 물이 

떨어질 이유가 없지 않나요?"


궁금한 마음에 다시 물어 봤지만 기계로 

몇 번을 검사해도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알았다고 하고는 출장비를 받고 

돌아갔습니다. 전기도 배선을 고치고 수리를

받았습니다.


아니 물이 도대체 어디서 흘러 온 걸까요?


이상하게도 그때 이후로 한동안 비가 새지 

않고 전기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무사히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동화책처럼 마무리하고 싶지만 

이제부터가 메인 이야기입니다. 하하하


비가 또 오고 있습니다.굉장히 많이 내립니다.

근래 들어서 가장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진다고 

일기예보는 알리고 있습니다.


소리가 다릅니다. 폭우입니다.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물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막 떨어집니다.


'하늘이시여 저한테 왜 그러세요?'

 

큰방, 화장실, 작은방, 거실 가릴 것 없어 

막 떨어집니다.

받쳐둘 용기가 부족합니다.

근처 철물점으로 가서 큰 비닐과 테이프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비닐을 넓게 펴서 물이 떨어지는 곳 전체를

커버할 생각입니다.


혼자는 힘들 것 같아 근처에 사는 친구를 

부릅니다. 친구가 왔습니다.


"왜 먼데?"


"이거 봐 비가 장난 아니게 새고 있어.

너무 많아서 비닐로 물길을 만들어 창문으로

내보낼려구."


"그래? 알았어! 뭐하면 되는데?

테이프 잘라서 비닐에 붙이고 잡아주라고?"


"응!!"


둘은 비닐을 거의 도배할 정도의

크기로 고정시킵니다. 

가운데를 낮게 해서 물이 모여 창문 쪽으로

흘러갈 수 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먼가 조형미술품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게 거실, 작은방도 똑같이 해두었습니다.


이제 물이 바닥에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새지 않는 건 아닙니다.

줄줄 새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동안 젖어 있어서 위의 나무 벽이 

약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점점 냄새도 심해집니다.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해서 벽지와 나무 벽을

조금씩 제거해 갑니다.


하다 보니 어느세 천장에 돌구조가 보입니다.


'아니 위에는 말라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 

새는 거야??'

 

궁금증은 더해 갑니다.


그렇게 비가 오는 며칠 동안 물은 콸콸 쏟아지며

창문 쪽으로 쓸려 내려갔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후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형 집이에요?"


"응. 집에 있어 집에서 카레 하고 있어. 

집으로 놀러 와~."


"안 그래도 사가정역이에요~ 뭐 필요한 것 없어요?"


"없어 그냥 와~. 비 오는데 귀찮게 뭘 사 들고 와."


"예? 비라니요? 지금 날씨 굉장히 쨍쨍한데."


"지금 집에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데. 비가 안 온다고?!!"


"문 열고 밖으로 나가 보세요!"


"알았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뜨거운 햇볕에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하하하 이게 무슨 일인가요!

집에 물이 폭포처럼 콸콸 흘러서 당연히 비가

온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날씨가 맑다니...

뭐죠 이건 마술인가요?


때마침 후배와 친구가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고는 배를 잡고 구릅니다.


"와 이거 완전 보고도 못 믿겠다!

어떻게 이러냐?"


"그러게 말이다. 나도 전화 안 받았으면 계속

몰랐을 거야."


비가 오지 않아도 물이 떨어지는 집에서는

더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주인집으로 

연락했습니다.


"아주머니 제가 설명하기보다는 그냥 한번

오셔서 상태를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오셔서 상태를 보시고는 


"고쳐서 살 거에요? 아니면 나갈 거에요?"


"못 살 것 같습니다."


"계약금 드릴 테니까 방 구하시고 연락 주세요."


"네"


이렇게 중간에 방이나 집에 문제가 생겨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주인집에서 부동산비용과 

이사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비용은 주인집과 상의 해서 결정하시면 됩니다.



그 다음날에 계약했던 근처 부동산으로 갑니다.


계약기간도 안 끝났는데 왜 왔냐며 묻습니다.

상황을 설명합니다. 

본인이 근처 부동산에 다 알아볼테니까 찾아 

다니지 말고 며칠만 기다리라고 해서 알았다고

합니다.


며칠후 부동산에서 연락이 옵니다.

딱 좋은 게 나왔는데 시간 되면

바로 보러 가자고 합니다.


용마산역 근처로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역에서 조금 내려오면 사거리가 보이는데

사거리 넘어 골목에 있는 집입니다.


일단 역과 아주 가깝습니다.

그리고 버스 역도 집 바로 앞에 있습니다.


문으로 들어가 봅니다.

들어가자마자 마당이 보입니다.

옛날식 마루가 있는 집인데 개조를 해서

두 개로 쪼개 놓았습니다. 작은 방을 보러

온 것 같습니다. 일층집에 원룸처럼 되어

있습니다. 부엌이랑 화장실은 좁은 

편입니다. 화장실은 윗부분이 창고랑 연결

되어 있어서 독특한 구조입니다.


샤워는 웬만하면 앉아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는 안 새냐고 물어보니 요즘 비가 새는

집이 어디 있냐고 말하려다가 저를 보고는

안 샌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전기가 또 옆집이랑 나누어 쓰는 구조인데

여긴 계량기가 달려 있어 본인이 쓴 만큼 

계산해서 낸다고 합니다.


여기서 살짝 고민을 했습니다.


그것 말고는 다 좋은 것 같습니다.

지하철, 버스와 정말 가깝고 시장도 바로 

옆이고, 특히나 마당.


전체적으로 구조가 특이하긴 한데 

그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이 계약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전기는 계량기가 있으니까 귀찮지만 계산하지 뭐'

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마당이 딸린 집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처음 글에서 말한 것과 달리 한 번에 방 

계약을 하는 이유는 살고 있는 중간에 

같은 조건으로 친구가 방을 구했기 

때문에 몇 주를 같이 돌아다녀서 그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 보다 좋아서 바로 

계약을 한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사가정 포세이돈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배경이 되는 집에서 

이사를 가는 이야기 였습니다.


비가 새는 정도는 많이 들어 보셨지만

날씨가 맑은데 집에서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셨죠.


그때 봤던 친구들이 아직도 웃으며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이제 서울 4년 차입니다.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에 다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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